•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박동준 이사장, “패션 업계 발전 위한 견인차 역할할 것”
  • 2014년 07월호, Page16
  • [2014-07-11]
  • 김영은 기자, jeny101@hanmail.net
“패션 업계 발전 위한 견인차 역할할 것”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박동준 이사장

지난 4월 패션산업연구원은 디자이너 박동준 씨를 제 2대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박동준 이사장은 지난 40년간 국내를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로 활약해 왔다. 파리 프레타포르테, 대구컬렉션, SFAA 컬렉션 등 수많은 패션쇼에 참가해왔던 디자이너로서의 화려했던 경력을 뒤로 하고 한국 패션 업계 발전을 위해 두 팔을 겉어 붙인 박동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을 공개한다.

Q. 지난 해 디자이너 퇴임, 올해 제 2대 패션산업연구원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패션업계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고 하셨다. 구상하고 있는 일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A.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제일 중요한 건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새로 시작하는 건 아니고 이미 연구원에서 출발 단계에 있는 건데, 예를 들면 패션디자이너 1인 창조기업 육성이라든가,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 등을 실험 단계에서 가동하고 있다. 이 일을 앞으로 훨씬 더 원활하게 꾸려나가려면 그만큼 환경이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우선순위가 돼야 할 것이다. 연구원 내에 직원이나 패션 관계자, 일반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북 카페를 만들고 또 여러 문화적 요소와 연계되는 강연 등 아카데믹한 부분을 보강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 글로벌라이제이션 환경에 패션산업연구원을 적응시키는 일이다. 우리 연구원이 매년 봄가을 두 차례에 걸쳐 해외에 나가는데, 베를린 뉴욕 홍콩 베이징 파리 상하이 광저우 등이다. 이 가운데 우리 역량이나 문화 코드가 맞는 곳이 있고, 아직 성과가 미흡한 도시도 있다. 무작정 세금을 축내는 식으로 외국 진출을 하는 건 자제하는 대신,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집중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싶다. 무엇보다 그곳에서 젊은 세대 디자이너들을 트레이닝시키는 일이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해외 패션 관계자들과 맞부딪히는 치열한 현장에서 젊은이들이 생존하게끔 자생력을 길러줘야 한다. 아직도 국제적인 시야에서 보자면 변방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우리 디자이너들이 고민할 문제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사이에 자신의 옷이 어떤 정체성을 가지는가?’ 라는 물음을 스스로 파고들어 개념을 잡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마지막 세 번째로, 우리나라 여러 도시들의 도시 브랜드와 패션의 연계 사업이다. 지금 보면 각 지자체마다 특징적인 산업이라든지 특산물을 그 도시의 얼굴로 내세우는 일이 많다. 이걸 패션 산업과 접합하려는 게 그들 모두의 바람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접근하다보면, 그 생산물들이 가지는 토속성 때문에 아직은 시장성이 미약한 게 사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옷의 기능적인 면이나 뭘 다룬다는 상징성만이 아니라 패션 디자인의 감각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다.

Q. 현 패션산업연구원의 주요 과제 및 개선 방안에 대해 말씀해 달라.
A. 취임하고 그동안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게 인프라 스트럭쳐의 올바른 활용 문제였다. 우리 연구원은 대구 산격동과 봉무동, 두 개의 지점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건물들이 진정으로 패션인들이 주인이 되어 효율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해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갈지 지금도 고민 중이다. 그래서 생각한 한 가지는 어린이 돌봄방 운영과 같이 사원 복지를 강화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려고 한다. 새로운 프로그램도 만들어야겠지만 예전에 결정되어 지금 상황에 맞지 않는 정책은 과감히 빼는 것도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Q. 패션산업연구원의 추진 사업과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A. 현 연구원 조직에서 패션만큼이나 중요한 게 봉제 산업이다. 봉제센터를 특별히 다루기 위해서, 아직 확정은 되지 않았는데, 대신동 부근에 봉제센터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연구원이 지리적으로 여러 군데 분산되는 결과가 되고, 이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어찌되었든 각 건물의 장소성을 잘 살려서 운영해야 되는데, 이게 모두 나랏일이라서 앞으로 연구 용역과 공청회 같은 적지 않은 과정이 남아있다.

Q. 대구지역 패션 산업의 지역적 특성과 현주소, 앞으로 대구 패션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소견을 말씀해 달라.
A. 모두 잘 알겠지만 대구는 산업화 이후 우리나라에서 섬유 도시로 인식되어왔고, 역사적으로도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섬유 고장이다. 섬유 산업이 비용적 측면의 경쟁력 때문에 중국과 같은 후발주자들에게 위협을 받은 것도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가진 기술력과, 또한 패션과의 연계는 큰 강점이 될 것이다. 기술은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 체계가 밑바탕이 되어야 하고, 패션 또한 ‘문화’가 결합되어야 제 색깔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대구에서 생산되는 섬유를 바탕으로 베스트셀링 가능성이 있는 제품군이나 아이템 그리고 브랜드를 개발하고 띄우는 일을 포기하면 안된다. 현재 대구에는 패션산업연구원 이외에도, 한국염색연구소와 한국섬유개발원 등, 세 개의 굵직한 섬유 패션 관련 연구 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사이의 유기적인 협조가 꼭 필요하다.

Q. 국내 1세대 디자이너로써 미래 한국 패션을 이끌어 갈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한 말씀해 달라.
A. 내가 겪어보니까, 한 디자이너가 5년 10년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걸고 일했다고 모두 디자이너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흐르는 시간만큼 끈기와 기본에 충실한 실력을 쌓아야 한다. 손재주와 같은 기능적인 면도 계속 숙련도를 높여야 하고, 이와는 별도로 옷이 가지는 철학, 인문학적이나 조형 예술과 같은 문화적 자본이 충만해져야 롱런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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