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
  • 2017년 04월호, Page15
  • [2017-04-08]
  • 오윤관 기자, pichi007@naver.com
“맨파워·독자 수익사업 패션협회의 동력입니다”

빚 청산·회원증대·고객사 권익 ‘건강한 협회’ 견인 자긍심
중국의 ‘反韓감정’ 불안해할 필요 없어, 시간이 해결해줄 것
애정 쏟은 패션협회… 차기 회장? 사명감 무장된 인물이여야

“사드문제로 악화된 한-중 관계는 너무 염려할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순간, 며칠 전 만났던 포천·양주지역 원단업체 CEO들의 어두운 표정이 기자의 머리를 스쳤고, 이들에게 어서 이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상하이인터텍스타일 박람회(3월 15~17일)를 참관했던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의 ‘안도 메시지’다.
필자의 귀가 쫑긋했다. 이슈가 이슈인지라.
원 회장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패션협회 얘기보다 중국 분위기부터 전했다. 불안감을 가진 국내 중국향 업체들을 다독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더 들어봤다.

-중국 얘기가 나왔으니 좀 더 말씀해주시죠.
“그들(중국)도 우리를 원해요. 한국의 뛰어난 디자인력·하이퀄리티를 필요로 합니다. 실제로 이번 박람회 때 현지 두어 업체를 직접 접촉해봤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어요. 뭐 경직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생각보다 자유스럽디다. 공산당원이나 관료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행동하는 듯한 인상이었는데. 근래엔 베이징 당국도 수위조절을 하는 모습이잖아요? 크게 보면, 중국의 이번 몽니는 결국 미국의 패권을 견제하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괜찮을 거예요.”

-G2간 이해다툼으로 우리만 새우 등 터지는 꼴이네요. 하지만 한류-뷰티-패션산업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中-日 사례에서 보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완화 혹은 해결 될 거라고 봐요. 위축될 필요 없습니다. 다만 감정적 대응은 피하고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의연하게 대처해야 하겠죠. 또 이 참에 인도·동남아 등으로 시장 다변화를 모색해볼 시점입니다. 국가적으로 타격은 받겠지만 개별기업은 큰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업계나 매스컴은 연일 對中 교역에서 고충을 말하고 있습니다. 통관지연, 클레임, 계약파기 등.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절망할 정도는 아녜요. 우리 역량으로 볼 때 충분히 대처 가능하고 시일이 지나면 나아질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최근엔 사드 둘러대기도 있는 것 같습디다(웃음). 어차피 제품이나 교역 과정에서 하자가 있어 통관이 안 될 터인데, 이를 사드 핑계로 돌리는 경우 말예요(웃음). 중국도 분명 우리와 교역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습니다.”

-박람회에서 한국관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실제로 필요한 사람들(중국 측)은 다들 전시장을 찾아온 것 같아요. 방문객들은 예년보다 소폭 준 모양새인데 꼭 사드와 연관시켜 감소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박람회에 참가했던 우리 업체들에게 물어봐도 중국 바이어들 대상의 상담 결과가 괜찮았다는 반응이니까요.”
-그밖의 시선을 끌만한 이슈는 없었나요.
“상하이 송강시 일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패션크리에티브 밸리 조성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리의 대구 밀라노프로젝트를 떠올리게 했는데요, 7만여 평 부지에 디자인 창작스튜디오·상업시설을 아우른 복합센터를 조성하고 있더군요. 정부·베이징대학·칭화대학 등의 협업 프로젝트입니다. 우리는 서울에 박물관 등 종합인프라 구축 과정이 지지부진한데 이 친구들 과감해요.”

-현재 수장으로 계신 패션협회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협회가 예의 허약체질에서 이제는 건강한 모습으로 거듭났습니다. 특히 재임기간(8~12대 회장) 성장이 두드러졌다는 평가입니다.
“무엇보다 고객사 위주의 경영을 했습니다. 이를 위해 맨파워를 강화하고 사업부문에선 ‘선택 후 집중’을 기하고자 노력했죠. 어떤 조직이든 일을 하려면 인적구성을 체계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협회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한 것이 그중 하나인데, 기존 협단체들의 시스템과는 다른 패러다임이죠. 구성원들이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과 동기부여를 안고 열심히 하는 것은 그 결과물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비정규직을 채용한 뒤 일정기간이 지나 내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협회는 신규 인력을 채용해 새바람을 불어넣고 동기부여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근무 의욕이 높아지고 숙련도로 이어지더군요. 이 같은 과정을 거친 6~7명이 현재 대리급으로 성장했습니다.”

-소프트웨어(인력)와 하드웨어(사업)의 콜라보가 돋보이는군요. 인력관리에 대해 더 듣고 싶습니다.
“기존 인력만 가지고는 미래가 없습니다. 자칫 고인물이 될 수 있으니까요. 신규인력을 충원한 뒤 이들을 조련해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겁니다. 협회는 무엇보다 고객사들의 만족도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이를 위해 인력과 사업에서 성과를 높이고자 노력했습니다. 업무의 다양성을 비춰볼 때 구성원 개인이 한 가지만 잘해선 곤란합니다. 따라서 3년 주기로 순환근무를 하면서 멀티플레이어가 되도록 조련했습니다. 2004년부터 시행했는데 만족스럽게 나타났습니다.”

-‘선택 후 집중’ 사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글로벌 브랜드사업, 인디페어, 패션대전, 교육사업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협회 독자사업에 더 집중했습니다. 일단 사업을 선택했으면 철저히 수행해 성과를 내야합니다. 따라서 개개인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죠. 또 어떤 분야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전문성이 요구되니까요. 나는 늘 정부사업에만 의존하지 말자고 강조해 왔습니다. 독자 사업을 통해 회원사의 권익을 향상시키고 자립도를 높여보자는 것이죠. 이러다보니 유관 기관과의 협업이 원활해지고 중국온라인플랫폼구축 등의 사업들이 성과로 나타난 겁니다.”

-독자 사업의 성과도 소개해주시죠.
“전략적 독자사업을 많이 만들어 철저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시 선택 후 집중입니다. 정부사업이라 해봐야 수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사업수행비와 인건비 등 직접비 정도에 그치거든요. 퇴직금 충당금, 필수 업무수행 비용 등 간접비 부문을 따져보면 연말에 적자 일쑤죠. 정부에서 보전해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협회는 회원사 증대, 증대에 따른 수입 증대, 회비 출연, 덧붙여 독자 사업 수익을 통해 충당하고 있습니다. 정부 사업은 부침이 심해서 독자적 사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보세요. 서울시가 성수지역 신발산업, 중랑지역 패션산업을 협회에 수행을 의뢰해놓곤 성과물이 나올 만 하니까 市가 도로 가져가버리지 않았습니까.

-이천·하남지역 물류센터 구축은 패션협회의 존재감이랄 만 한데요.
“수익사업은 반드시 회원사들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이천패션유통물류단지가 대표적입니다.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담아 단지를 조성한 거죠. 사업 선택에 앞서 회원사들이 원하고 있는 건지, 회원사들에 수혜가 갈 것인지 등을 따집니다. 그래야 회원사들이 협회랑 잘 해보려고 할 것 아닙니까. 이천 물류창고의 경우 사업 단지를 포함해 복합단지로 구성했습니다. 돈이 돼야 하니까요. 관심있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거쳐 투자자를 모아 성사시킨 것입니다. 2005년에는 자본금 90억 원으로 한국유통물류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물류센터는 어떤 수혜인가요.
“회원사들에게 실비로 제공합니다. 만족해들 하죠. 협회와 회원사간 신뢰가 탄탄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여기에 기여 대가로 서비스 용역을 받기로 했는데, 돈이 들어오니까 빚도 갚게 됐고요. 사업 과정에서 엄청난 고생도 했지만, 반면에 엄청난 유무형의 상품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남패션타운 개발과 관련해서는 MOU 체결을 끝낸 상태입니다.”

-패션협회는 회비 수급률이 우량한 모범 단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결은 뭡니까.
“회장이 발로 뛰고 구성원들이 노력한 결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협회 구성 회원사도 문호를 넓혀 과거 디자인 중심에서 내셔널브랜드 다수를 입회시켰습니다. 인맥을 활용한 것 또한 큰 도움이었습니다. 2007년 무렵 회비 수급률이 90%를 넘었습니다. 현재는 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70%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협회는 회비에 대해 강제조항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프리하죠. 직원들한테도 회원가입·수금목표 할당이 아닌 수익창출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할 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협회는 회원사를 위해 존재합니다. 전 구성원들에게 회원사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목표의식 무장을 강조합니다. 그러다보니 회원사들도 이에 호응한 것 같습니다.”

-원 회장께서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도 공들인 것으로 압니다.
“과거 해외출장 때마다 느낀 건데 공항면세점에 해외 유명상품만 있는 거예요.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화를 위해선 면세점이 들어가야 하는 데 말이죠. 그래서 당시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 브랜드 ‘빈폴’을 입점시켰던 거죠. 사실 이태까지 면세점은 대기업 영역이었습니다. 여러 채널을 통해 지난해 중소기업 중심의 면세점 허가를 따냈습니다. 이중 패션협회 회원 10社가 들어가기로 했죠. 헌데 비용문제로 해당 업체들이 입점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하는데 아쉽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자본력을 앞세운 하나투어가 현재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잖아요.”

-패션협회와 유통업계(백화점)의 ‘상생’은 늘 화두입니다.
“취임 초기에 상생협의회를 만들자 제안했습니다. 연 1~2회 실무 본부장들이 만나 사소한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촉구했고요. 하지만 백화점협회 측(현대)의 반대로 깨졌어요. 그러다 몇 해 전 중기중앙회, 공정거래위원회, 패션협회가 힘을 합쳐 상생협의체를 구성하니까 유통 쪽에서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실 백화점은 유통보다는 임대업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그럴 바엔 선진국처럼 사입제로 하라고 주장했던 겁니다. 헌데 그 개선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역부족이에요. 입점 패션브랜드의 권익과 업계 간 상생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겁니다. 현재 백화점, 할인마트, 홈쇼핑, 인터넷몰 등으로 구성된 유통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협회장을 맡아 분기별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점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8~12대 협회장을 맡으시면서 피로감도 감지됩니다. 후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협회는 주인이 없습니다. 따라서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무장한 인물이 요구됩니다. 협회 수장이 소속사를 갖고 있느냐 아니냐의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自社의 일로 바쁘다보면 자칫 ‘부회장의 협회’로 전락할 염려가 있습니다. 그동안 나름 열심히 뛰어왔고 협회를 이정도로 올려놓았는데 나 자신 또한 왜 피로감이 없겠습니까. 빚더미에 퇴직충당금조차 없는 부실 협회를 인맥을 활용하고 열정을 쏟으며 이만큼 성장시켜놓았습니다. 그래서 협회를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적임자가 그리운 이유입니다. 문제는 ‘어떤 마인드와 역량을 가진 인물이냐’입니다. 속된말로 한 눈 팔다 5~10년 걸려 만든 공든탑을 2~3년에 무너지게 할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혹자는 나더러 욕심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천만에요.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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