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태 (주)성안 회장·대한직물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 2017년 08월호, Page16
  • [2017-08-05]
  • 오윤관 기자, pichi007@naver.com
“섬유강국 타이틀 지켜야죠, 파이팅!”
“이집트가 印泥보다 승산, 투자 GO!” 뚝심의 승부사
직련 회장 “업계 상생·회원사 권익위해 소임 다할 것”

혹독한 업황…한국은 그래도 섬유산업에 최적지
대구 일부업체 불황 비웃듯 콧노래…눈여겨 봐야
이집트 (주)성안 발판 ‘연사물 글로벌 메이커’ 도약

최근 만난 직물업계 한 중견 CEO는 “요즘처럼 어려울 땐 박상태 회장의 뚝심이라도 빌려오고 싶다”고 했다. 박 회장을 지칭하며 “그는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타입”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신정부 출범에, 최저임금 인상, 한-미FTA 재협상설이 나오는 가운데 불황이 지속되자 방향타를 못 잡아 답답해서 해본 소리일 게다. 불황이 어디 단체장 한 사람의 리더십으로 해결될 일인가?
하지만 박 회장은 이에 화답하듯 회사(성안)와 협회(직련)의 두 키를 잡고 순항으로 이끌고 있다.
박 회장은 올 3월 취임한 대한직물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직을 당초엔 강력 고사했다. 이에 12년 동안 한국섬유수출입조합(섬수조) 이사장에서 보여준 리더십을 아까워한 전임 원로들이 강력 천거했다는 후문이다. 어쨌거나 여러모로 그의 리더십과 배짱은 공인된 셈이고, 그의 관록은 국내 섬유산업의 인적 동력이다. 그래서 단체장 복귀를 반겼는지 모른다.
업계의 광범위한 네트워크, 호탕하고 긍정적인 모습. 주변에서는 덕장·용장으로 불린다. 가만, 그러고 보니 이집트 공장 출범도 그의 뚝심에서 비롯된 모양이다. 인도네시아보다 이집트가 더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자 곧바로 방향을 틀어 밀어붙였으니 말이다.
박 회장은 직물업계를 향해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지만 모두 슬기를 모아 한국 섬유가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주)성안에 대해서도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중동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스타텍스’를 앞세워, 성안을 글로벌 톱클래스 연사물 메이커로 키우겠다고 했다.

호탕한 모습은 여전하시군요. 성안 이집트공장 왕래, 올 3월 직련 회장으로 단체장 복귀, 여러모로 더 바빠지셨네요. (짧은 미소와 함께 업계 걱정부터 한다)
-장마가 끝나니 폭염이군요. 집중호우로 피해가 잇따랐는데 섬유관련 피해 소식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업황이라도 좋으면 까짓것 폭염 따위가 대수겠습니까. 경기가 안 좋으니 다들 더 지쳐있는 것 같습니다. 직물 경기는 정말 수은주만큼이나 혹독하군요. 최저임금까지 오르잖아요. 설상가상입니다. 이렇게 어려웠던 적이 있었나 싶어요. 하기야 어렵지 않은 때는 없었죠. 모두 슬기를 모아 잘 헤쳐 나가야죠. 섬수조 이사장을 마친 뒤로는 한동안 편히 지냈거든요(웃음). 한결 여유를 찾으면서 회사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그런데 어쩌다 다시 단체장직을 맡게 됐네요. 연합회와 본사를 오가며 신경쓰다보니 아무래도 이전보다 바빠진 건 사실입니다. 최근엔 지역에서 이사회를 열었고, 최저임금 인상 대처 방안 등 업계 현안을 놓고 유관 단체장들과 접촉하면서 지혜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우선 (주)성안의 이집트공장 얘기부터 듣고 싶습니다. 지난해 말 스타트했는데 현재 가동률은 어느 정도입니까.
-시간이 참 빨라요. 지난해 10월 본격 가동했는데 조금 있으면 1년이 되잖습니까. 당초 올 6월 100% 가동을 목표로 잡았어요. 현재 60%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장과 경기 상황을 봐가면서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서두르기보다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죠. 10월 쯤 가동률을 100%까지 끌어올릴 겁니다.

이집트 어느 쪽에 위치하고 있나요. 설비·케파도 궁금합니다.
-수도 카이로에서 수에즈운하 쪽으로 향하는 곳인데요 샬레아 공단이라는 곳에 있어요. 성안 이집트 공장은 그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카이로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가량 걸립니다. 공단 인프라는 보통 수준입니다. 우리 공장은 대지 2만 2000명 규모로 조성됐고 워터젯트룸 310대, 연사기 300대, 니트 42대, 텐터 3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연 5000만 달러 수출할 수 있는 설비죠.

어떤 제품을 생산합니까. 시장도 말씀해주세요.
-연사물을 이용한 연사 감량직물과 연사를 이용한 ITY니트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성안이 세계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아이템인데요. 양질로 경쟁력을 더 높여갈 겁니다. 주변에 국제 권역별로 큰 시장이 포진하고 있죠. 보세요 바로 위쪽으로 터키를 포함한 지중해 남유럽, 오른쪽엔 중동·서아시아, 좀 더 위쪽으로는 유럽이 전개되고 있잖아요. 이집트는 중동·유럽·아시아의 허브입니다. 접근성이 뛰어나죠.

성안의 이집트 거점은 글로벌 회사로 향한 사전 정지작업의 면모가 느껴집니다. 이집트의 투자 요인 혹은 매력은 무엇이었습니까.
-해외 투자로는 이집트가 처음입니다. 당초에 인도네시아로 가려고 했어요. 인도네시아에서 1년 이상 부지 답사와 기업 환경 조사를 마친 끝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맘먹었습니다. 문제는 생산 아이템이었습니다. 시장성과 바이어 니즈를 파악하면서 아이템 구상에 들어갔는데 터키 바이어가 떠올랐어요. 그와 상의해보기 위해 바로 터키로 갔지요. 터키 바이어는 우리와 오랜 파트너십을 맺고 있었는데,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친구입니다. 그 친구 왈 “왜 하필 인도네시아냐. 바로 코앞(터키 쪽에서 볼 때)에 이집트가 있지 않느냐” 이렇게 말하면서 투자처로 이집트를 적극 추천하는 겁니다. 한 방 맞은 기분이었어요. 사실 투자 지역으로 아프리카까지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집트로 결정하신 거군요.
-맞습니다. 그 친구 설명을 듣고 보니 동남아와는 다른 메리트가 있었어요. 내친김에 이튿날 이집트로 날아갔습니다. 지금의 샬레아 공단 중심으로 공장 두 곳을 방문했지요. 첫 번째 들른 곳은 가동률이 50%에도 못 미쳤어요. 분위기도 맘에 안들어 그냥 나왔습니다. 두 번째 공장을 방문했는데 놀랍게도 한국인 한 분이 관리하고 있더라고요. 게다가 이 공장은 가동률이 95% 이상 유지되며 잘 돌아가고 있었어요. 오케이, 이 정도면 투자해도 승산이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설비와 인력도 괜찮았고요, 무엇보다 가동률을 보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인도네시아 프로젝트는 그렇게 보류하고 당장 이집트에 올인하기로 결정해버렸습니다. 귀국 후 직원들을 이집트로 보내 면밀히 조사 분석했습니다.

승부사 기질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래 이집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우선 인건비가 싸요. 초임 기준으로 100달러 미만인데 한국의 1/15 수준입니다. 전기료도 50% 수준이고요, 물값 또한 저렴합니다. 무엇보다 주변 국가를 상대로 무관세 수출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끌렸습니다. 행정 서비스가 열악한 것은 단점이었지요. 대부분 개도국들이 그러잖습니까. 노동력은 풍부하긴 한데 질이 떨어진 것이 조금 신경쓰였고요. 열대지방이다 보니 사람들이 느슨합디다. 저는 경상도 사람 아닙니까. 속도감이랄까 뭐 이런데서 엇박자가 많았죠. 지금은 조율해가다 보니 좀 익숙해졌습니다. 암튼 대체로 공장하기에 매력 많은 지역입니다.
향후 단계별 투자 계획과 목표도 궁금합니다.
-투자 초창기라 아직은 뭐라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고요. 공장이 100% 가동되면 매출과 수익을 봐가면서 추가 투자 문제를 검토해 볼 계획입니다. 우선은 그동안 쌓아온 연사물에 대한 노하우와 영업을 잘 접목해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집중할 겁니다. 이걸 바탕으로 공장의 동력을 향상시키면서 성안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도록 힘을 쏟아야죠.

성안의 간판 브랜드 ‘스타텍스(STARTEX)’의 유명세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쟁력을 듣고 싶습니다.
-스타텍스 브랜드는 특히 중동지역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그쪽 바이어들 말로는 스타텍스가 이집트 공장에서 생산하면 더 믿고 사겠다고 할 정도니까요. 공장이 수출시장과 가까워선지 바이어들이 한국 생산 때보다 더 적극적입니다. 100% 가동은 이 사람들이 더 바라고 있어요. 출범 초기여서 그럴까요? 조언도 해주고, 용기도 불어주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더욱 동기부여가 되고, 더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브랜드에 절대 누가 되지 않게 품질관리를 엄격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품질 기준을 한국에서와 똑같이 적용하고 있습니다.

‘직련’ 얘기로 돌려보겠습니다. 오랜 동안(12년) 섬수조 이사장을 역임한 후 지난 3월 회장으로 부임하셨는데요. 여러 차례 고사하셨다면서요.
직물연합회 회장 자리는 아시는 것처럼 직물업계의 원로분들이 맡아 오신 자리잖아요. 더구나 저의 선친(故 박용관 회장)께서도 역임하셨기 때문에 강력히 고사했습니다. 헌데 이의열 회장과 윤성광 전임 회장 두 분께서 “박 회장 당신 나이도 젊지 않다”며 “업계를 위해 한 번 더 봉사하라”며 강권합니다. 본의 아니게 젊은 나이에 연합회 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기왕 맡았으니 섬유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죠. 얼마 전엔 나주에서 각 지역 직물조합 이사장을 모시고 친선 교류회 겸 이사회의를 가졌습니다. 연합회가 회원사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직물 수출업계의 현안과 활로도 말씀해주십시오.
-작금의 직물 수출업계는 초비상사태입니다. 하절기가 섬유수출의 비수기라고 해도 지금의 상황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최악이에요. 문제는 원인도 모르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원인을 알아야 처방을 내놓을 수 있지 않겠어요? 설상가상으로 내년부터 최저 임금이 대폭 오릅니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단체들을 중심으로 연일 대책회의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원인과 처방을 찾고, 대정부 건의사항을 취합하고, 자체 해결방안도 모색하고 있지요. 암튼 다각도로 분석하면서 위기 극복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예요, 흥미로운 것은 대구 지역 몇몇 업체는 불황을 모른 체 업계를 리드해가고 있어요. 이 와중에 그런 기업들이 있다는 게 놀랍지 않습니까. 글쎄요 소량다품종, 아이템전환, 신시장 개척 뭐 이런데서 답을 찾은 거 아닌가 해요.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해요. 이런 회사들을 눈여겨보면서 노하우를 찾고 슬기를 발휘해 불황을 타개해 나가야겠지요.

끝으로 업계나 회원사에게 당부 하시고 싶은 말씀은?
-현재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한국섬유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해서 잘 헤쳐 나가야죠. 한국만큼 섬유하기에 최적을 갖춘 나라는 없다고 봐요. 보세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집트 같은 나라는 회사 스스로가 모든 설비를 갖춰야 해요. 엄청난 핸디캡입니다. 한국은요 원사라도 오늘 전화하면 내일 공장에 가져다줍니다. 이집트 예를 들어볼까요? 원사 오퍼 받고, 수입 허가받고, 선적하고, 공장 도착까지 석달 소요됩니다. 그뿐입니까? 알게 모르게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엄청 많아요. 한국은 무엇보다 감량직물 제조기술 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를 잘 지키고 발전시켜 다른데서 따라오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고비는 늘 있어 왔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좌절하지말고 더 열심히 뛰다보면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될 것입니다. 자, 힘냅시다. 세계 최강의 한국 섬유산업을 지켜가야죠. 파이팅!
<저작권자(c)패션리뷰.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패션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