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
  • 2018년 03월호, Page56
  • [2018-03-10]
  • 취재부 기자, kjujuy@naver.com
“근로자에게 신뢰주는 경영풍토조성이 상생(相生)”
원,하청간 불공정거래 관행도 시급히 시정돼야

최근들어서 고용불안이 더해지면서 기업인 사(使)측에서도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등으로 매우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다.

얼마전 문재인대통령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경총, 대한상의회장, 고용노동부장관과 노사정위원장 등 8년만에 노사정(勞使政)대표 6명이 모여 일자리 창출 등의 최우선 과제로 ‘사회적 대화’ 기구로서의 의제를 논의했으나 실질적인 합의과정은 향후 녹록치 않을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노사간의 타협은 대개 사(使)측은 비용을 더 부담하게 되고, 노(勞)측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개선에 참여할때 이루어진다.

특히 섬유·의류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특성상 시간당 7,530원의 최저임금인상 및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은 사실상 경영적자로 가는 바로미터다.

이같은 인식을 반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앙헬 구리아(68)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을 적절하게 올리면 근로자의 삶을 보호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올리면 일자리를 파괴할 수도 있다’고 최저임금에 대한 후폭풍을 경고한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지는 창간28주년을 맞아 민주노총과 함께 대한민국 근로자를 대변하는 양대기관인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을 단독으로 만나 이같은 화두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봤다.

- 오랫만에 뵙게돼 반갑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문재인정부 들어 최저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섬유·의류 등 노동집약적 산업의 기업경영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상황입니다. 이를 한국노총에서는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우선 패션·섬유업계를 대변해온 <패션리뷰> 창간28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섬유산업은 글로벌 경쟁상황, 생산 및 수출구조 변화, 의류 소비 및 수요산업과의 연계성 등 다양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국내 섬유업체들은 지속적인 인건비 및 생산비 증가를 대비해 상당부분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 우리나라는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이윤을 창출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 사실을 기업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국내 섬유관련 기업들은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한 고부가제품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특히 섬유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은 타 업종에 비해 여전히 열악합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결국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현 노동시장을 큰틀에서 보고 시간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 그렇다면 문제해결에 있어서 현실적인 방안이 있다면…
『섬유산업의 경우 전체의 65%정도가 5인 미만 기업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섬유산업에도 역시 고질적인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국내에는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해외투자 확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는 중소영세하청기업을 쥐어짜면서 이윤을 내는 구조입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희망이 없습니다.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 근절이 가장 먼저 시정되어야 합니다.』

- 섬유의류업계가 인력수급면에서도 많은 고충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섬유의류업계의 인력수급이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노동조건이 좋지 못하다는 반증입니다. 이 때문에 국내 노동자들이 섬유의류업계 취업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열악한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의 처지와는 달리 섬유대기업들의 실적은 매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섬유의류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소재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투자하여 성과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성과가 중소기업에는 돌아가지 않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인건비가 증가하고 원료비가 상승하는데도 하청단가는 낮아지기만 합니다. 이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중소섬유의류업계에서는 당장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 확대와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을 주장한다고 들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확대 문제는 국내 고용문제 전반을 뒤흔드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목적이 외국인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수하기 때문이라면 이 문제는 국내외 노동자를 차별하는 사례가 되어 국제노동기구에 제소될 소지도 다분합니다.
어렵더라도 일자리의 질을 높여 국내노동자들도 일하고 싶은 일터로 만들어야 합니다. 공자님 말씀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노력을 지금 기울이지 않는다면 희망이 없습니다.』

- 경영과 노동은 같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바람직한 모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키친아트라고 들어보셨는지요. 한창 주방용품으로 유명했던 이 회사는 예전에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악명 높았고, 주주와 대표이사의 업무상 횡령비리(비자금) 등으로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회사가 망하고, 이후 퇴직금과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비상대책위를 결성한 직원 288명이 자본금 5000만원을 어렵사리 마련해, 경동산업 시절 브랜드명이었던 ‘키친아트’를 가져와 노동자 지주회사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헌신과 노력으로 현재는 연간 700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만 해마다 20억원대를 유지하는 강소기업이 되었습니다.
노동자 지주회사를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경영계는 투명하게 민주적으로 그리고 노동자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경영을 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은 진심으로 회사가 잘되기를 바랍니다. 회사가 잘되는 것이 노동자가 잘되는 것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신뢰를 주는 경영이 필요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경영과 노동이 상생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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