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퍼 스토리. 제종길 대표
  • 2017년 03월호, Page66
  • [2017-03-07]
  • 오윤관 기자, pichi007@naver.com
“甲-乙 상생 발전위해 정직하게 헌신할 각오입니다”

“하청업체는 조연…형이 잘 돼야 아우도 잘돼, 본사에 순종할 것”

털 소재는 기능성ㆍ패션에 탁월…디자이너들 앞다퉈 적용 시장 확대
‘(주)퍼 스토리’ 국내 최고 퍼 부품 제공 자긍심…퀄리티·서비스 최선

훗날 가장 모범적인 토털 패션기업 성장
이게 바로 ‘퍼 스토리’의 완결편입니다

기자가 (주)퍼 스토리(FUR STORY·대표 제종길)를 찾은 것은 사명(社名)처럼 뭔가 특별한 얘기를 담고 있을 거라는 호기심에서였다.

서울 독산동에 있는 ‘퍼 스토리’는 국내 패션브랜드에 퍼 부품을 납품하는 직원 7명의 소기업이다. 5년 전 법인 출범에 이어 지난해 제종길 대표가 합류하면서 제 2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꼬마회사는 올 초 인근 가산동에서 이곳에 둥지를 텄다. FUR ‘스토리’를 써 가기 위해서다.

퍼(fur). 흔히 모피 혹은 털옷으로 불린다.
뛰어난 보온 효과를 내면서도 겨울철 스타일링에서 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가뿐 아니라 대중적 소재로 아웃도어, 외투 등에 두루 적용되면서 사랑을 받고 있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의류의 목과 소매 안감뿐 아니라 모자ㆍ장갑 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퍼를 만날 수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혹한이 이어진 때문인지 임직원들 표정이 밝아보였다. 털옷은 추워야 잘 팔린다.

건물 3층 사무실에 들어서자 제종길 대표가 반갑게 손을 내민다.
사무실 오른편 전시룸에는 다양한 퍼 제품들이 쫙 걸려 있었는데, 한눈에 어떤 회사인지 짐작이 간다.
제 대표가 커피 잔을 입에 대기도 전, 기자는 “어떤 회사냐”고 재촉하듯 물었다.
“퍼(모피) 부품을 생산해 국내 패션 브랜드에 공급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여우, 너구리, 토끼털 등을 소재로 풀 스킨(완제품)이 아닌 목도리, 칼라, 트리밍을 만들어 B, H, I사 등에 납품하고 있지요”

-회사 명이 퍼(fur) 스토리(story)입니다. ‘모피 이야기’ 혹은 ‘모피 건물’ 쯤로 해석되는데. 사연이 있을 듯합니다.
“맞습니다. 이제부터 만들며 퍼 스토리를 써내려갈 겁니다. 최고의 품질, 최고의 서비스, 정직과 신뢰로 본사를 기쁘게 하는 거죠. 아니 차라리 순종할 겁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행복이기도 하니까요. 토끼처럼 순하게, 여우처럼 영리하게, 때론 너구리처럼 후덕하게…. 마치 이들 동물들이 주인님을 대하듯 말이죠. 본사가 성장해야 우리 협력업체들도 함께 성장하지 않겠습니까. 상생·동반성장도 어찌보면 을(乙)의 역할에 달렸다고 봅니다. 정직하고 부지런히 본사를 위해 헌신하면서 을의 성공스토리를 만들어간다는 의미로 이해해주셨으면 하네요(웃음)”
의외였다. 보통 기업 오너를 만날 때면 통상 자신의 회사 매출과 규모, 제품 퀄리티를 강조하면서 자랑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제 대표는 좀 달랐다. 시종 정직, 겸손, 성실을 강조하더니 심지어 본사에 ‘순종’이라는 단어까지 등장시킨다.

-제품에서 취약한 부분을 인간관계로 만회하려는 일종의 전략처럼 들리는데요.
“천만에요. 퀄리티와 서비스에 자신 없으면 시작도 안했을 겁니다. 기업은 정직해야 합니다. 꼼수나 편법은 통하지 않아요. 퀄리티, 가격, AS에서 최고와 최선이 아니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결국 본사와 하청업체는 주연과 조연관계입니다. 주연을 빛나게 하기 위해 조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죠. 우린 조연일 뿐입니다. 주연의 든든한 도우미를 자처합니다.”

-하기야 조연이 설쳐대서 주연이 몰락한 것이 우리 사회에 종종 일어나곤 했죠.(자칫, 이야기가 엉뚱한 데로 흐를 뻔했다) 자세를 너무 낮추는 건 아닌가요?
“말씀드린 대로 정직과 성실로 무장하면 시장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매출·순익 쪽에만 관심을 두면 얼마간은 성장할지 모르죠.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앞에서 득보고 뒤에서 쓴잔을 맛볼 수 있지요. 정직이야말로 기업가의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품에 자신이 있을수록 겸손하자는 겁니다. 제품은 시장에서 냉정하게 평가해줍니다.”
제 대표는 “과거 몇 차례 부도를 겪으며 얻은 뼈아픈 교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 때 연매출 2000억 원 규모의 ‘잘 나가는’ 브랜드의 오너였다.
-정직·성실에 대한 얘기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
“제품 하나에 혼이 들어가야 한다는 거죠. 품질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가격과 유통·서비스 부분에서도 쌍방이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마진이 실망스러울 때가 있겠죠. 하지만 장기적 안목에선 그게 더 중요해요. 무작정 거래처를 늘리기보다 기존 거래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먼저죠.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서도 열심히 뛰어야죠. 일단 파트너십을 맺으면 패밀리십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희 신념입니다. 의리와 정직, 우리 같은 협력업체이 반드시 챙겨야할 부분이죠.”

-듣기로는 다소 순진하거나 현실안주로 느껴집니다.
“순진이 아니라 정도를 지키자는 겁니다. 또 현실안주가 아니라 현재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그 바탕 위에서 외연을 확대하자는 거고요. 기존 거래처와 신뢰를 확고히 하면서 ‘박리다매’를 통한 지속성장, 이게 퍼 스토리의 전략인 셈입니다. 요즘도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습니다.(웃음)”

-퍼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동물털은 주로 어디서 수입합니까.
“주로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들여옵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중국 대련과 화북에서 생산 가공한 뒤 국내 브랜드에 납품하고 있죠. 여우·너구리·토끼털 등이 주 재료입니다. 때론 뉴트리아를 도입하는 경우도 있고요. (손으로 가리키며)저기 쭉 걸려있는 것이 여우털로 만든 칼라-목도리입니다. 어디 내놓아도 최고 제품입니다. 이게 국내 유명브랜드에 나가고 있습니다.”

-퍼 사업은 날씨·계절 따라 부침이 심하고, 동물애호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기도 할 텐데요.
“맞습니다. 아무래도 날씨가 추워야 잘 팔리죠. 동물애호단체의 반발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미나 유럽을 보면 한쪽에서 시위하고 한쪽에서는 소비하는 모양새로 양립하고 있습니다. 태고 적부터 인류는 모피를 입었습니다. 참고로 이들 동물 털은 전량 사육제품입니다. 야생동물은 포획이 금지될 뿐 아니라 품질도 그다지 뛰어나지 못합니다.”

-퍼 시장 전망은 어떻습니까.
“퍼 부품은 패션시장과 연동한다고 할 수 있죠. 아웃도어, 외투 등 많은 의류에 퍼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인조모피가 기능성에 한계가 있다 보니 이젠 퍼가 필수처럼 됐습니다. 디자이너들도 이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장규모는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라 딱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한·중·일 시장이 가장 큽니다. 중국 소비수요에 따라 부침을 겪고 있는 편이고요, 원자재를 수입하다보니 외교-환율에도 민감합니다.”

-사업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나요. 퍼 업계에 대한 생각도 말씀해주시죠.
“감히 말씀 드릴 입장은 아닙니다만, 업계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되다 보니 제품과 마케팅에서 혁신이나 개혁에 소극적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가격과 제품 개발에서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패쇄적 마인드에서 더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마케팅을 전개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 대표께서는 국제상사 등 신발업계서도 잔뼈가 굵었고, 중소기업중앙회를 거쳐 지난해 퍼에 합류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도전과 야망의 강력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두 가지 때문입니다. 우선 퍼에 대한 비전과 도전입니다. 퍼 부품회사는 재고가 없다는 것도 메리트로 생각했습니다. 이 회사는 7년 전 개인에서 5년 전 법인으로 전환 후 더딘 성장을 보여 왔습니다. 토털 패션산업계에서 닦은 역량을 퍼스토리에서 적용해볼 생각입니다. 퍼 스토리와 제가 만난 것이야말로 운명인 셈이죠. 정체된 시장에서 퀄리티, 마케팅, 서비스의 차별화를 기한다면 올 하반기부터 매출은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됩니다. 두 번째는 이곳을 기반으로 토털패션으로 성장시켜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회사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사와 유기적 관계를 기하며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키워볼 생각입니다. 성실과 열정으로 무장한 퍼-신발-패션 바탕에서 가장 모범적인 토털패션으로 도약하는 것이 ‘퍼-스토리’의 완결편입니다. 정직하고 아름다운 명품회사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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