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플라이쿱, 자수의 모든 것!
  • 2017년 03월호, Page72
  • [2017-03-07]
  • 오윤관 기자, pichi007@naver.com
자수의 모든 것
국내 최대 자수기업
플라이쿱을 아시나요?

컴퓨터자수, 전사프린트, 엠블럼, 와펜 등 망라
분야별 전문가ㆍ첨단기계ㆍ자동화 공정 독보적
여성복의류ㆍ캐주얼ㆍ가방ㆍ침구ㆍ악기케이스…
“신기술ㆍ신제품 매진 글로벌 명품자수기업 도약”

자수를 아시나요?
옷감이나 의류에 다양한 색실로 그림, 글자, 무늬 등을 바느질한 수(繡). 자수는 제품을 표시하고 알리고, 때로는 장식하고 보완하면서 패션의 심미성을 더 해준다.
편직과 제직을 담당하던 실(thread)이 현란한 예술을 자아내면서 패션의 부가가치를 크게 높여주는 것 또한 자수의 매력이다. 자수는 실의 향연이다. 근래엔 이 자수를 컴퓨터로 구현한다.
(주)플라이쿱(Flyqup·대표 김기선)은 국내 자수의 간판기업이다.
서울 군자역 인근 송정동에 있는 이 회사는 일반 컴퓨터자수부터 잔디자수, 스팡클자수 전사프린트, 엠블럼, 와펜 등 자수의 모든 것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설비와 노하우를 갖고 있고 지난해 매출 60억 원을 기록했다.
업태 특성상 글로벌 시장보다는 내수가 주력이다. 회사 설립(2006년) 10년 만에 이 정도의 성장은 대단하다.
자수가 패션의 독특한 영역을 담당하면서 플라이쿱은 독보적 시장 점유를 보이고 있다.
기자가 회사를 방문한 뒤 자수 적용의 광범위에 세삼 놀랐다. 의류뿐 아니라 신발 모자, 가방, 포장케이스, 애장품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회사 측이 밝힌 자수제품 매출은 아직은 여성복 의류 60%, 캐주얼 30%, 기타 10% 등으로 의류부문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거꾸로 미개척 영역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라이콥의 자수 아이템 적용은 역시 독특한 발상에서 빛이 발했다.
김기선 대표는 최근 악기 케이스분야에 눈을 돌린 뒤 이를 상품화했다.
바이올린, 첼로 등 고가 악기는 소유자가 애장하는 만큼 악기케이스도 기품 있게 노출시키고 싶어한다는 점에 착안했던 것.
그에 따르면 중국산 악기케이스를 섬세하게 자수 메이킹해 내놓자 단번에 반응이 왔다.
“단지 악기 케이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생각했던 소비자들이 자수가 가미된 기품있는 케이스를 보고 입을 벌리는 거예요”<사진>
덕분에 3~4만 원가량 하는 기존 제품들이 플라이쿱의 손길을 거치며 10~20만 원대의 귀하신 몸으로 거듭났다. 김 대표는 내친김에 악기케이스 업체를 인수해 그 회사 대표를 본부장으로 앉혔다.
특수제품인 까닭에 시장이 좁아 “리스크가 우려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특수 아이템을 하는 회사 역시 많지 않아 독점적”이라고 답한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창조경제인 셈이다.
김 대표는 제품들을 10배 이상의 50~200만 원 대의 고급 시장으로 만들겠다고 전했다.
컴퓨터 자수는 디자이너가 콘셉트를 잡아 트렌드를 맞추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협의를 거친 뒤 데이터를 기계에 입력해 ‘작품’으로 생산해낸다.
실제로 기자가 플라이쿱 본사를 방문해 제작 과정을 관찰해보니 신기했다.
디자이너가 컴퓨터 도안을 입력해 전송하자 재봉틀처럼 생긴 기계에서 바늘이 여러 가지 실을 물어 원단 위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더니 멋진 입체 그림이 수놓아지고 있었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흡사 사물인터넷 3D프린트 같지 않느냐”고 묻자, 김 대표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알 듯 말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진짜로 수가 놓아지고 있었다, 그것도 기계가. 어렸을 적 누나가 시집가기 전 동그란 대나무 틀에 하얀 면을 팽팽히 고정시켜놓고 며칠 밤을 새워 바늘로 봉황새를 완성해 가던 그 자수 모습이 떠올랐다.
‘두두두둑 두두… ’
그 봉황새가 짧은 몇 분 안에 여러 기계에서 동시에 만들어져 나온다. 신기하고, 보는 것이 즐겁다.
‘저걸 멋쟁이들이 입고 다니는구나’ 패션 제품이 아니라 차라리 예술품이었다.
이 ‘걸작’들을 컴퓨터가 대량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문득 소량 주문 생산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매출신장에 한계가 있지 않느냐고 묻자, 김 대표 왈 “밥은 먹고 살아요”하며 웃는다.
회사는 지난해 현재의 플라이쿱 건물을 매입했다.
지하에 자재실, 1층 샘플제작, 2~4층 디자인·연구·작업실, 5층 회의실·임원실·사무실 등으로 구성돼있다. 외관에서 중량급 회사의 면모가 풍긴다. 이곳에서 70명(생산 40명, 디자인 30명)의 디자인, 미술, 봉제 인재들이 하모니를 이뤄 컴퓨터 자수제품을 완성시킨다. 공장은 인근 뚝섬에 있다.
김 대표는 구성원들의 전문성과 능력을 존중하며 화합과 배려의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주변의 귀띔이다. NCS, 섬산련 등반대회, CEO포럼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는 날씨만 좋으면 훨훨 날곤 했던 패러글라딩도 3년 전 중단했다.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당초 회사명도 김 대표 자신이 직접 플라이쿱(Flyqup)이라 지었다. fly에 qup을 합성한 것이다. ‘qup’에 대해 김 대표는 “특별한 의미는 없고 q와 p를 양쪽에 배치해 조화의 아름다움을 구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fly-qup, 좌우 대칭과 균형을 이루는 날개로 하늘을 훨훨 날고 싶었던 모양.
훤칠한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몸. 하지만 김 대표의 경영방침은 자수처럼 섬세하다.
“예술과 기능성을 접목한 신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사후 서비스에 철저를 기하면서 시장의 사랑을 받고 싶습니다.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자수 명품기업으로 글로벌시장으로 도약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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