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트자카드·트리코트·더블라셀, 더 진화됩니다”
  • 2017년 06월호, Page26
  • [2017-06-05]
  • 오윤관 기자, pichi007@naver.com
신한호 대표 ‘제2도약’ 선언

미래 먹거리 ‘디자인력 갖춘 소품종 다량’ 시스템 구축
설비·맨파워 보강…최고급 ‘한은 경편직물’ 만나게 될 것

“섬유업종이 어렵지 않은 시절이 있었나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죠. 불황 때 준비해둬야 나중에 호황을 맞게 될 테니까…”
최근 제 2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신한호 (주)한은텍스 대표의 얘기다.
회사는 지난해 독일에서 최신 양면 자카드 기계 13대, 더블라셀 기계 4대를 들여와 설비를 대폭 강화했다. 기존의 생산라인에 첨단시설을 확충함으로써 하이엔드 수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 것이다.
국내 경편직물의 대표적 회사로 알려진 (주)한은텍스는 니트 자카드, 트리코트 메시, 더블 라셀 등을 취급하며 이 분야에선 중량급 회사로 통한다. 나일론, 메탈릭, 스판메쉬, 폴리에스테르, 코튼 메쉬 등이 주력 아이템이다.
빅 벤더 한세, 한솔, 세아, 약진통상, 노브랜드 등이 주요 파트너다. 수출 비중은 낮아 미주지역으로 30%를 제외하면 로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자체 공장에서 양산되는 경편제품에 지속적으로 혁신을 기하고 있어 향후 수출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 대표는 최근 글로벌 장기 불황으로 매출에 더딘 흐름을 보이자 회사를 새롭게 정비했다. 최신 기계 도입과 전문 인력 보강. 그가 말하는 ‘제 2도약’이다.
“디자인력을 앞세워 다품종 소량체제로 갈 것입니다. 어차피 미래 먹거리는 고부가가치잖아요? 제품에 걸맞는 맨파워와 인프라 구축은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죠. 이번 세팅도 그런 차원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지난달 기자가 서울 성수동 한은텍스 본사를 방문했을 땐 마침 디자인 전문가 영입을 위해 면접을 진행하고 있었다. 신 대표는 “맨파워야말로 회사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소프트웨어”라며 “지원자들의 창의력과 신제품 개발 역량을 알아볼 것”이라고 했다.
한은텍스는 현재 경기도 화성에 대지 1500평·건평 800평에 자체 공장을 두고 있다.
신 대표는 “규모가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곳에서 20여명의 정예 멤버가 국내 최고급 자카드, 트리코트, 더블라셀 원단을 월 140만 야드 규모로 생산해내고 있다”고 했다. 서울 성수동 본사 7명은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한다.
한은텍스는 ‘TSPA’를 모토로 하고 있다. Technologe(최고의 기술), Smart(깔끔한), Perfect(꼭 맞는), Ardor(끊임없이 도전하는 열정)를 의미한다.
신 대표는 ‘최고의 제품만 살아 남는다’는 섬유업계 격언을 소개하며 지속적인 디벨롭을 강조한다.
“누구나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되고요 끊임없이 신제품을 개발해 어제와 다른 제품을 제시해야 합니다. 남들이 안 만드는 것이거나, 만들 수 없는 제품을 내놓아야 시장에서 살아남으니까요. 직원들에게 이점을 강조하곤 하죠.”
신한호 대표는 2007년 현재의 한은텍스를 설립했다.
당초 서울 장충동에 있다가 2011년 현재의 성수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초창기 구로공단에서 회사 생활을 하던 그는 주로 엔지니어 업무를 담당했다. 덕분에 기계와 섬유제품 생산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다. 위기 때마다 남보다 한 발 앞서 공장을 살피고 기계를 정비하는 모습도 그의 엔지니어 역량에서 비롯된 듯싶다.
그의 말마따나 탄탄한 기본기가 회사를 국내 경편직물 강소기업으로 키운 것이다.
잘 나가던 회사도 몇 해 전 큰 타격을 입은 적이 있다. 주요 거래처인 한 침장업체가 12억 원 가량을 부도낸 것.
“극세사 제품을 공급했는데 몹시 힘들었죠. 후유증이 몇 해 가더군요. 하지만 어떡합니까. 그 일은 그 일대로 놔두고 하던 일에 집중해야죠. 빨리 잊고 더 열심히 했습니다.”
그의 위기극복 맨탈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그는 바로 직전에 있었던 일도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하산 길에 모두 잊어버린다고.
“아픈 기억은 오래 갖고 있어봐야 건강에도 회사 경영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중소기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돈이어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자금을 포기한 건 아니지만, 잊으려고 평소보다 일을 더 열심히 했죠. 그러다 보니 조금씩 극복하게 되더군요. 분노 속에서 술·담배로 보냈다면 모두 망가졌을 겁니다.”
그는 “위기 극복엔 자신의 긍정마인드와 특유의 낙천적 성격이 노하우인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신 대표는 섬유업은 늘 부침이 있지만 성실하면 성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라고 했다.
때문에 섬유업에 뛰어든 것을 후회하지 않고 나름 자긍심을 느낀다고. 그러면서 2세에게 가업을 물려주겠다는 말도 귀띔했다. 두 아들을 두고 있는데 현재 화성 공장에서 현장 감감을 익히고 있다고.
“현재의 나(신 대표)보다 더 잘 해야지요.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섬유를 알고 기계를 알아야 합니다. 기초부터 조련하고 있습니다. 바통을 이어받아 훗날 회사와 국가 섬유산업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죠.”
경북 의성에서 상경해 자수성가한 신 대표는 경편직물 분야를 꽉 잡고 있는 섬유 집안이기도 하다.
트리코트 매쉬 브랜드로 유명한 신일호 (주)일송텍스 대표(패션리뷰 3월호 소개)가 친동생이다.
두 회사는 트리코트 등 일부 전개 아이템이 겹친다. 하지만 공장, 거래처, 주력 시장 등은 따로다.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콜라보를 하다보면 윈윈의 시너지가 위력을 발휘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긴 하지만, 각자도생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경편직물 시장 전망과 관련, 신 대표는 앞으로 섬유의 다양성에 기반한 하이엔드 제품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초창기 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지배해온 아이템들이 일본으로 넘어왔죠. 그게 조금 지나서 한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이제는 다시 중국과 동남아로 넘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섬유강국들은 공장(생산)을 후발국으로 넘기고 자신들은 고부가가치 쪽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도 물량위주의 노동집약 패턴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미 오더가 동남아로 대폭 넘어간 상황이니까요. 때문에 맨파워를 강화하고 첨단제품 개발에 진력해야 합니다.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이 더 절실하죠”
최근 제2도약을 위한 설비확충과 인재보강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이제까지의 회사의 경쟁력은 무엇이었냐고 묻자 우문현답식 답이 돌아왔다.
“여전히 구멍가게인 걸요(웃음). 뭐 대단한 경쟁력이랄 게 있겠습니까. 그냥 열심히 뛰었죠. 부지런함에는 불황이 없는 것 같아요. 요소요소 단계별로 최선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납기를 어기거나, 하자가 생겨 후속처리가 미흡하면 애써 이뤄놓은 것을 다 까먹게 돼죠. 한은은 처음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빈틈을 없애려고 노력합니다. 이러다보니 신뢰가 쌓이고 거래처로부터 리오더가 이어져 온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죠. 항상 최고의 기술력에, 깔끔하고 완벽한 제품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된다고 다짐하곤 합니다. 여기에 열정이 더해져야죠.”
그는 대화 중에 성실·긍정·지속성·소량 다품종·미래 먹거리 등의 키워드를 자주 등장시켰다.
“하루라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에요. 매일매일 신제품이 나오고 있잖아요. 트렌드 변화주기도 이전보다 훨씬 단축됐습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해야 된다는 얘기죠. 앞으로 이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는 디자인 혁신을 통한 다품종 소량, 즉 아이템의 다변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도 지금까지 트리코트, 니트자카드, 더블라셀 중심의 생활용으로 전개해왔는데 앞으로는 산업용까지 확대해 창조적인 아이템 개발에 적극 나설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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