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산자카드(주), 이정근 대표
  • 2017년 07월호, Page32
  • [2017-07-08]
  • 오윤관 기자, pichi007@naver.com
자카드의 파워 !
“힘들어도 재미는 있습니다”

경리사원 출신 이정근 대표 독립 후 국내정상 회사 키워
지속적인 디벨롭…“바이어에게 우리가 먼저 제시합니다”

“힘들긴 해도, 자카드 업종이 재미있습니다.”
이정근 백산자카드(주) 대표가 특유의 웃음 띤 모습으로 겸손해하면서 답한다.
섬유회사 경리부서에서 출발한 젊은 회사원이 회사 설립 20여년 만에 국내 굴지의 자카드 기업으로 성장시킨 소감이다. 원동력을 묻자 “별로 내세울 것 없다”면서도 “재미있다”는 말이 돌아왔다.
기자가 “어떤 일이든 흥미를 갖고 미쳐있는 사람한테는 못 당한다”고 하자, 이번엔 그런 뜻이 아니라는 표정으로 이 대표가 손사래 친다. 지난해 실적을 묻자 “재미는 있지만 실적은 안 좋다”며 다시 웃어 보인다.
백산은 자카드 아이템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미국·유럽·중동지역 시장을 굳건하게 구축하면서 꾸준한 매출을 나타내고 있다.
때문에 불황이라고 해도 여전히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오너가 계속 밝히지 않으니 정확한 실적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백산은 2014년 매출 150억 원을 돌파했고, 앞서 2009년엔 ‘무역의 날 1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자카드 아이템과 시장 장악력을 감안하면 지난해 매출규모도 어느정도는 점쳐진다.
여성의류용 자카드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백산은 CLIP자카드, T/C, T/R, N/P교직물 스판덱스 자카드가 주력이다.
수출이 90%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유럽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중국향 매출은 사드 문제 등으로 부진했다. 이 대표는 “시장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앞으로 내수 쪽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장사를 잘 하니 일이 재미없을 턱이 없다.
기자가 지난달 말 대구 중리동 본사를 방문했을 때도 1층의 웅장한 창고는 대규모 원단으로 채워졌고, 3~4명의 직원이 운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창고에 직접 들어가보자 회사가 자랑하는 퀵델리가 떠올랐다. 이곳 말고도 샘플실, 쇼룸, 원단 비축실 등 5~6개 공간이 체계적으로 구성돼 기획 아이템 원단들이 바지런하게 정리돼 있었다. 오더가 오면 여기서 즉각 공급한다.(퀵델리) 이 대표는 “재고가 너무 많아도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상시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자카드 지존’의 존재감은 R&D, 조직관리, 인프라, 마케팅, 트렌드 대응력 등 빈틈없는 시스템에서 비롯된 듯 보인다.
우선 자체 연구소를 두고 있다. 매출의 7~8%를 연구개발에 투입한다. 류규열 소장(공학박사)을 중심으로 디자인 개발과 아이템 구성에 진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바이어들에게 기획상품과 아이디어를 먼저 제시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 “자카드 특성상 트렌드 변화 주기가 빠르게 오기 때문에 디자인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고 했다.
개발 연구팀은 다양한 디자인과 창조적 트렌드를 개발해 경사와 위사의 조합을 거쳐 신제품을 구현한다. 오더가 소규모로 이뤄지다보니 거의 매일 업데이트·업그레이드한다.
회사 조직을 정비해 효율성도 강화했다. 1993년 설립 이후 직접 운영해 오던 공장을 7~8년 전부터는 외주로 돌렸다. 작은 오더 규모가 여러 형태로 오고, 이를 직접 관리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어 차라리 생산 전문업체에 맡기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서울 사무소는 지난 5월말 기존 충무로에서 문정동으로 옮겼다. 영업·홍보를 강화하면서 재도약을 하자는 취지다. 이 대표는 “이전까지는 백산의 유명세를 알고 찾아오는 바이어들을 주로 상대로 했는데, 새로 옮긴 뒤로는 기존 바이어뿐 아니라 새 바이어를 발굴하는 데 적극 임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 경쟁력의 주요 포인트는 역시 정보력에 기인한 트렌드 적응력이다.
이는 업력 25년에서 비롯된 탄탄한 네트워크와 이정근 대표의 자카드 친화적 마인드에서 비롯된다게 업계의 설명이다.
서울 영업팀과 대구본사 R&D팀이 유기적 소통을 통해 바이어 니즈와 트렌드 변화를 파악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장의 최적 아이템을 개발한다. 최근 노멀 제품을 팬시 쪽으로 전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외 전시도 단골 참가한다. 파리텍스월드, 뉴욕 텍스월드 상하이인터텍스타일, PIS, PID 등.
지난해 PIS에서는 경사나일론 20D 모노 분섬사와 위사커팅을 적용한 감성 시스루 소재, 트윌 느낌의 조직감이 탁월한 팬시소재를 선보여 호평 받았다.
이 대표는 전시마케팅에 남다른 공을 들인다.
“전시 후 개별 출장을 보내 한 바퀴 더 돌립니다. 지속적으로 팔로업하는 거죠. 아이디어는 바이어로부터 받기보다 우리가 먼저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듣고 보니 백산의 알짜 전략이 전시마케팅인 듯 싶다.
이 대표는 백산의 자카드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샘플 공급에서 힘들다는 속내도 털어놓았다.
“디자인·칼라를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하거든요. 백산은 거의 맞춰준다고 봅니다. 하지만 인프라가 약한 영세업체들은 어려움이 많을 겁니다. 요새는 메인오더보다 샘플오더가 더 많습니다. 메인으로 연결해야죠.”
이정근 대표는 갑을방직에서 경리업무로 섬유업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간혹 오더 업무를 대신 맡기도 했지만, 생산·영업 등 현장경험이 부족했다. 그랬던 그가 훗날 자카드 아이템으로 국내 간판 회사로 키운 것이다.
“처음엔 전문성이 없다보니 어려움 자체도 몰랐죠. 하지만 점차 호기심이 생겼고, 스터디를 열심히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고 나중엔 이 일이 재미있어지더군요.” 1993년 출범한 백산무역(주)의 탄생 스토리다. 그는 2015년엔 자카드에 올인하기 위해 사명을 백산자카드(주)로 바꿨다.
이 대표는 끝으로 “자카드 산업은 대량생산, 대량판매는 아니지만 트렌드 대응력을 갖추면서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면 앞으로도 큰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백산이 그러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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