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안 패션 칼럼]MZ 세대 30대男‘럭비남’(럭셔리 상품을 사는 30대 비혼 남성)
  • [2021-08-07]
  • 취재부 기자, kjujuy@naver.com
‘스몰 플렉스(flex·자기과시)’ 소비

개인주의가 된 현대인들은 충직한 개보다는, 자유롭고 도도한 고양이의 모습에 공감한다. 이런 개인주의의 중심에 1인 가구와 MZ세대가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 수 있는 것은 럭셔리 제품을 즐겨 소비하는 비혼·비출산의 30대 남성인 ‘럭비남’들이다.

1982∼1991년 태어난 럭비남은 명품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새로운 소비권력이다.

20년 전만 해도 한국 남성들의 초혼 평균 나이는 29.3세로 대개의 남성은 어린 자녀를 양육하느라 30대를 가족을 위해 바쳤다.

하지만 지난해 남성 초혼 평균 나이는 33.2세로 30대에도 결혼을 미루는 남성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오직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경향이 강한데 그 중심에 럭비남이 있다.

세상이 ‘유별난 요즘 것들’을 주목하고 있는 바로 MZ세대!

이들 세대는 새로운 소비권력으로 트렌드를 주도하고, 가치 소비를 추구하며, 남들 다 따르는 유행보다는 나만의 색다른 경험을 중시한다. 글보다는 영상을 선호하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변화에 민감하다.

럭비남은 핵가족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기애(愛)와 개인주의가 몸에 뱄다. 가정을 늦게 꾸리다 보니 여유롭게 자신을 위한 럭셔리 소비를 할 수 있다.

의상심리학에서는 이런 소비자를 ‘패션 에고이스트(패션 이기주의자)’라고 부른다. 럭비남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패션을 정보로서 습득할 기회도 많다.

혼술 혼밥 혼영(혼자 영화) 혼캠(혼자 캠핑)에 이어 ‘즐거운 혼쇼(혼자 쇼핑)’가 가능해진 이유다. 애인과 동행하지 않고 나만의 안목에 따라 쇼핑을 한다. 한동안 여행 등 무형의 경험을 중시하던 성향이 럭셔리 제품에 집중되고 있다.
옷은 중저가 브랜드에서 사도 포인트를 주기 위한 신발과 액세서리는 명품을 선호한다.

자기만족적 소비에 과감히 지출하는 럭비남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주요 백화점들은 앞 다퉈 남성 명품관, 남성전용 편집숍을 만들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의 ‘똘똘한 아파트 한 채’처럼 럭셔리 스니커즈가 ‘똘똘한 신발 한 켤레’라나.

남과 다른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빈티지나 한정판 제품도 주요 쇼핑 리스트다.

최근 경기 판교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자들의 연봉이 크게 오르면서 ‘판교 럭비남’이 서울 럭셔리 매장들의 주된 손님으로 등극했다.

주식시장이 좋으면 럭비남의 씀씀이도 커진다. 이들의 소비는 시장 파급효과도 일으켜 결혼해 아이가 있는 30대 남자와 20대 남자의 럭셔리 소비까지 늘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소비는 일종의 보복 소비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못 하는 데 대한 보복이요, 힘들게 돈 모아봤자 뛰어넘을 수 없는 ‘넘사벽’ 현실에 대한 보복이다. 자유롭고 도도하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소비 인것다.

30대 남성은 명품을 살 때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럭셔리 상품을 선호하는 등 여성이나 다른 연령대와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중고 명품 이용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다. 150만 원짜리 명품 브랜드 카디건을 중고 거래를 통해 45만원 정도에 정가의 절반 가격으로도 명품을 사고팔며, 상품의 상태도 대체로 양호하다는 점에서 중고 명품시장이 확장성을 띄고 있다.

온라인 중고 명품 플랫폼에서는 남성 모델군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리셀 시장 역시 이들이 주축이 된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MZ세대는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언택트 문화와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이라는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으며, 오랜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있기도 하다.

기성세대가 ‘훗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며 감내했다면 MZ세대는 최선의 상태를 얼마나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둔다. 즉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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