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컷아웃(cut-out)’부터 ‘크로셰(코바늘 뜨개질)’까지 패션 S/S 트렌드로
  • [2022-07-07]
  • 취재부 기자, kjujuy@naver.com
올 시즌 패셔니스타들이 가장 열광하는 아이템은 무엇일까? 서클 스커트, 디스트 레스드 진, 빈티지 베스트, 하바이아나 샌들, 프리미엄 진…그러나 패션을 즐기고 패션의 시사성을 잘 알고 있는 패셔니스타들은 내부거래로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죄목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뒤 투옥되었던 ‘가사의 여왕’ 마사 스튜워드가 출소시 입었던 크로셰(crochet) 판초를 올 시즌 트렌드의 최첨병으로 꼽는다.

올여름 패션 트렌드가 과감해졌다. 옷 곳곳에 구멍이 뚫린 ‘컷아웃(cut-out)’부터 ‘크로셰(코바늘 뜨개질)’ 패션이 이번 여름 트렌드로 떠올랐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한 것으로 보고 휴양지에서나 입을 법한 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옷의 일부를 잘라내는 컷아웃 기법은 손쉽게 구조적인 매력을 더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음에도 오랫동안 하이패션계에서 외면당했다. 특유의 섹시한 뉘앙스가 일편단심 ‘우아함’이라는 가치를 수호해온 럭셔리 하우스의 정체성과 결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시즌 등장한 컷아웃은 조금 다르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맞대기라도 한 듯 공통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제 아무리 개성과 스타일이 존중받는 시대라 해도, 옆구리나 배 같은 은밀한(?) 신체 부위를 드러내는 건 여전히 망설여지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컷아웃 톱과 드레스에 도전하고 싶다면 우아한 해석을 가미한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헐벗은 어깨, 드러난 엉덩이, 그리고 키홀(key-hole) 드레스까지. 22SS 컬렉션에는 유독 컷아웃(cut-out) 스타일이 눈에 띄었다. 이제는 인스타그램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컷아웃 트렌드는 유행을 선도하는 이 시대의 잇걸(it-girl) 벨라 하디드(Bella Hadid),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Emily Ratajkowski), 켄달 제너(Kendall Jenner) 그리고 두아 리파(Dua Lipa)가 주도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우리는 컷아웃 슬립 드레스, 바디슈트 그리고 홀터 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컷아웃 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부후(Boohoo)나 발망(Balmain) 등의 일부 브랜드에서는 컷아웃이 신체의 다양성을 현저하게 제약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이는 패션 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볼 수 있겠지만, 컷아웃 스타일은 유독 특정 신체를 포함하는 데는 취약하다. 왜냐하면 컷아웃은 일반적인 옷과 달리 표준 사이즈의 접근 방식을 거의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옷의 비율이 달라지면 신체의 특정 부분이 더 도드라지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그 부분은 지나치게 몸에 달라붙는 반면 다른 부분은 소재의 처짐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세하면서도 야심차게 실험을 거듭하며 진화하는 컷아웃. 이제는 디자이너가 어떤 신체를 염두에 두고 옷을 제작할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크로셰는 지극히 여성스러우면서도 후줄근해 보이기 쉬운 크로셰는 한동안 빈티지 매장에서나 찾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지만 시에나 밀러, 케이트 모스, 제니퍼 로페즈, 미샤 버튼 등 미국과 영국의 스타들이 입고 등장하면서 보헤미안적이며 시크한 아이템으로 이미지가 업그레이드 되었다.

럭셔리에 부는 크로셰 바람올 시즌 크로셰가 인기 중심에 올라선 가장 큰 이유는 자칫 후줄근해질 수 있는 크로셰가 디자이너들의 손길을 거치면서 시크하고 스타일리시하게 재탄생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크로셰의 다양한 응용을 가능케 한 힘은 발전된 테크놀로지 덕분이다. 크로셰의 텍스처, 질감, 두께에 차이를 둘 수 있을 만큼 원사가공 테크놀로지가 발달하면서 복잡한 의류 디자인에 적합한 크로셰 짜임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기에 스티치, 텐션의 강도를 조절해 원하는 만큼의 드레이프와 컨투어 정도를 조정할 수 있는 모던 테크놀로지가 가미되어 스타일 변화가 적었던 정통 크로셰가 변신이 가능한 패브릭처럼 융통성 있는 모습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게다가 비즈나 준보석, 자수로 장식된 크로셰가 등장하면서 이국적이며 특색 있는 소재를 찾아온 디자이너들에게는 참으로 매력적인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은 언제나 패션의 재미 중 하나지만 테크놀로지의 힘을 통해 매력적인 소재와 디테일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크로셰는 개성과 독특함을 드러내주는 새로움의 세계로 디자이너를 들뜨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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