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genda]섬산련 회장, 이제는 경선룰 방식으로 선출돼야 한다
  • [2014-02-05]
  • 이상일 기자, sileetex@hanmail.net
섬산련 회장, 이제는 경선룰 방식으로 선출돼야 한다
추대형식은 과거지향, 민주적인 투표방식으로 가야지역간·스트림간 불협화음 더 이상은 안돼

지난 연말연시부터 뜨거운 감자로 업계의 화두(話頭)가 됐던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이하 : 섬산련)의 제13대 회장에 노희찬 현 회장(삼일방직 회장)이 재 추대됐다.

섬산련은 지난달 20일 제3차 섬산련 회장 추대위원회를 열고 노희찬 회장의 3연임을 만장일치로 재 추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노회장은 앞으로 3년간 제13대 섬산련 회장직을 맡아 (주)한국섬유패션산업을 이끌어갈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섬산련은 오는 2월 24일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열어 추천위원회가 추대한 회장을 승인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섬산련 회장 선임을 놓고 섬유 패션업계가 지역간, 스트림간 파열음으로 불신만 키웠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한마디로 화합과 소통이 돼야할 섬유패션업계가 이번 섬산련 회장의 자리다툼으로 비화해 반목과 분열을 조장하게 된 셈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 GS그룹),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 ㈜두산), 한국무역협회(회장 한덕수),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로만손), 한국경영자총합회(경총,회장 이희범, LG상사)에 이어 사실상 한국경제界의 6단체로 비유될 정도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전자업계가 섬유의류부문보다 수출부문등에서 추월했지만 고용창출 등 거시적인 경제측면에서는 섬산련의 비중이 정부나 업계에서도 더 크게 인식하고 있다.

연간 수출규모 160억 달러에, 고용창출인구 약 28만명에 달하는 한국섬유패션업계의 총 본산으로서의 섬산련은 산하에 일신방, 동일방직 등 대형면방기업들의 단체인 대한방직협회(회장 김준), 효성, 코오롱, 휴비스 등 약 20개의 굴지의 화섬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한국화섬협회(회장 박경탁), 그리고 ㈜세아상역, 한솔섬유, 한세실업 등 대형 벤더와 6백여 회원사를 거느린 한국의류산업협회(회장 최병오), ㈜성안 등 약 1,200개의 섬유수출입회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섬유수출입조합(이사장 박상태), 제일모직 등 약 4백여개의 회원사의 조직인 한국패션협회(회장 원대연)와 각 지방에 단위조합이 있는 한국염색공업협동조합연합회(회장 김해수)와 대한직물공업협동조합연합회(회장 윤성광), 기타 한국피복공업협동조합과 P.P조합, 타올조합 및 KOTITI시험연구원 등 3대 섬유의류 관련 시험연구원 등 약 20개의 각각 독립된 섬유의류패션 단체가 산하단체로 구성돼 있는 실로 막중한 단체로서 위상을 다져왔다.

따라서 섬산련은 37년전 한국섬유단체연합회로 창립단계부터 섬산련 회장직을 면방, 화섬, 봉제수출업계 순(順)으로 순환 보직한다는데 동의해 8~9대(代) 박성철 회장(㈜신원 회장)까지는 그런대로 모양새를 갖추며 잘 유지해 왔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섬산련 회장 자리는 저마다 고사하는 바람에 당초 스트림별 안배가 어렵게 되는 등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한적도 있었다.

이후 10대 경세호 ㈜가희 회장이 전임 회장의 임기까지 마치고 현 노희찬 회장이 추대되면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고 11대에 이어 12대에 들어서서는 섬산련의 창립 37년만에 최대의 부흥기로 소프트랜딩(안착) 시켰다.

그런점에서 노희찬 회장의 업적은 실로컸고 결국 3연임으로 추대되는 양상이 도출된 것이다.

면방, 화섬, 봉제순으로 순환 보직, 4명의 후보군(群), 경선해야
이번 제13대 섬산련 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여러 후보군(群)들의 출마설로 설왕설래 되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적인 수면위로 부상했다.

최종적으로 4명의 회장후보감이 공식화되면서 상대방 후보의 흠집내기와 업종별, 지역별 편가르기 양상이 감지됐다.

노희찬 섬산련 회장을 비롯 경세호 섬산련 명예회장, 원대연패션협회장, 박경탁 화섬협회장, 김해수 염색연합회장 등 섬산련 회장 선출을 위한 회장 추천위원회(위원장 노희찬)는 지난해 26, 30일 두차례 회의를 갖고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제출한 4명의 후보(김웅기 세아상역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박상태 성안 회장,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를 대상으로 인물 검증 작업을 벌인 결과 1차에서 김웅기 세아상역 회장과 박상태 성안 회장이 후보로 선출됐다.

이후 2차에서 다시 의견조율을 시도했으나 양 후보 지지 위원이 3(김웅기 회장)대 2(박상태 회장)로 갈려 만장일치에 실패, 결국 차기 회장 추대 단일화는 일단 유보됐다.

2차에서 김웅기 세아상역 회장이 2표(경세호 섬산련 명예회장,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를 얻었고 박상태 성안그룹 회장도 2표(김해수 한국패션칼라연합회 회장, 박경탁 한국화섬협회 회장)를 얻었으나 현 노희찬 회장이 김웅기 회장 쪽에 지지표를 던져 3대 2로 김웅기 회장이 다수결 원칙에서 앞섰으나 만장일치라는 섬산련 역대 회장 추대 원칙을 들어 추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후보군(群) 4人의 면면을 보면 모두 회장 후보로서 손색이 없는 그야말로 업계를 위해 열정과 신념을 다할 수 있는 리더그룹이다.
그 4인의 면면을 들여다 보자.
우선 한국의류산업협회 회장인 ㈜패션그룹형지 최병오 회장(61)은 이번 2월로 3년 임기가 끝나는 한국의류산업협회의 회장직을 던지기까지 하면서 일찌감치 열정을 보여줬다.

잘 알려진대로 동대문시장에서 1坪짜리 옷가게로 시작해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최병오 회장은 평소 ‘남보다 반에 반걸음 앞서간다’는 경영기조로 국내 수많은 의류 점주로부터 롤-모델로 인기를 받아왔다.

특히 정·재계(政財界)에 폭넓은 지인관계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최회장은 한국의류산업협회 회장으로 3년간 재임중에도 지난해 12월 최초로 동대문 시장 및 창신동 등 골목길 봉제자영업자를 위한 ‘패션봉제인의 밤’을 개최했으며, 개성공단 재가동이후 일감부족을 호소하는 현지공장에 회원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및 고용창출 등을 행동으로 실천해왔다.

패션그룹형지도 우성I&C 및 에리트베이직, 바우하우스 등의 인수와 투자를 통해 14개의 브랜드를 보유해 패션업계 베스트 5 기업으로 등극하는 등 의류업계의 리더로서, 섬산련 회장감으로 가장 강력한 물망에 올랐었다.

이와관련, 지난해 12월 중순경 리츠칼튼호텔에서 가진 전문지 편집국장 이상의 오찬간담회에서 그는 섬산련 회장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최병오 회장은 박근혜 정부들어 박대통령의 해외순방때마다 단골 동행하는 섬유패션업계 유일한 CEO로서, 박근혜 정부가 추구해오는 “창조경제에 가장 걸맞는, 그래서 박근혜 정부와의 임기와 궤를 같이”하는 섬산련 회장직에 가장 적임자로 평가됐다.

‘패션은 곧 창조경제’라는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에도 딱 맞는 인물로서 그의 지지론은 의류·패션업계뿐만 아니라 양주, 포천, 동두천 등 이른바 양·포·동에 아우르는 경기북부의 섬유, 의류업계까지 큰 지지와 성원을 받아온 것도 이 때문이다.

㈜세아상역의 김웅기 회장(63) 역시도 한솔섬유(회장 이신재), 한세실업(회장 김동영)과 함께 Big 3의 대형 벤더로서 한국의 봉제수출을 주도하면서 ㈜인디에프(구: 나산실업)을 중견패션그룹으로 반석위에 올려놓은 글로벌CEO다.

지구촌 기아대책 등 수많은 사회적 공헌과 기부로 간판 수출기업의 대표주자인 김웅기 회장은 해외에 수많은 현지공장과 네트워크를 통해 가장 글로벌한 마인드의 리더로서 평가돼왔다. 다만 해외출장이 잦아 과연 섬산련의 크고작은 행사에 직접 참석해야하는 주역으로서는 영일이 없을것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제기돼온것도 사실이다.

이런점에서 현 노희찬 회장이 지난 6년간 자택과 회사가 있는 대구와 경산에서 일주일에 하루가 멀다하고 매주 KTX나 승용차로 상경해 섬산련 집무를 보고, 수많은 행사에 참석해온 열정과 노력은 두고두고 업계에 칭송받아 남음이 있다.

㈜성안그룹 박상태 회장(60)은 경영 2세로서 ㈜성안을 국내 굴지의 합섬직물메이커로 성장시키고 한국섬유수출입조합을 9년째(3연임) 잘 이끌어온 리더십과 친화력이 돋보여 대구지역 섬유업계로부터 큰 호응과 지지를 받았다.

신성통상 염태순 회장(61)도 자본금 1700만원으로 출발, 세계적인 가방브랜드 ‘가나안’을 설립해 승승장구, 대우그룹의 신성통상을 인수한 후 글로벌 의류기업으로 성공한 간판급 CEO다.

여기에 많은 사회적 공헌도 그를 지지하는 덕목이다. 하지만 그간 업계를 위해 뚜렷한 공이 없다는데에 대해 이의를 다는이도 있다.

4명의 후보군(群), ‘화합과 상생’ 내걸어
김웅기 회장을 비롯한 4후보의 정책을 관통하는 공통 주제는 ‘화합과 상생’이었다.

박상태 회장은 ‘화합과 상생의 섬유단체, 더 강한 섬유산업’을 화두로 정통뿌리산업에서 패션산업까지 스트림간 상생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웅기 회장 역시도 글로벌한 정책노선과 창조형 섬유산업 패러다임으로 미래성장 동력을 구축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최병오 회장은 면방, 화섬, 직편물, 염색가공, 의류패션 등 스트림간 상호 이해와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중견기업위원장으로 보여 온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를 발휘해 업계 상생경영에도 앞장서겠다는 얘기다.

염태순 회장은 방적·방직 등 전방산업(Upstream)과 패션·유통 등 후방산업(Downstream)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조화로운 협력으로 전략적 상생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처럼 60대 초중반의 4人의 후보자가 리더십과 성공한 CEO로서 더할 수 없는 인재상(人材像)었고, 따라서 경선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중론이었다.

그러나 섬산련 1차 회장 추대위원회에서 불발되고 2차 회의에서도 3:2로 만장일치가 어렵게 되자 노희찬 회장의 완곡한 고사에도 불구하고 3연임 만장일치 추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업계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현 노희찬 회장이 이번 총회에서 일단 3연임을 하고 추후 의견 조율이 이루어지면 새 회장을 추대한다는 미봉책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로그룹, 시대적 조류에 맞게 경선제 권고
모든 선거에는 양비론(兩非論)과 양시론(兩是論)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번 섬산련 회장 선거도 이제는 그동안의 추대형식의 간선제에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직접 경선으로 선출하는 대의원투표제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현재 섬산련 대의원은 65명이며, 때마침 오는 2월 24일 정기총회에서 회장선출정관규정을 개정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점이자 타이밍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패션업계 원로인사들이 지난달 17일 오찬모임을 갖고 ‘섬유패션인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차기회장 추대를 위한 인적 구성의 문제점 ▲추천위원에 포함된 현 섬산련 회장이 특정 후보 지지에 대한 관련 입장을 조목조목 밝히고 순리와 경선을 전제로 한 회장 추대에 나설 것을 추천위에 권고했다.

원로인사들은 섬산련 회장 추대와 관련 지난 37년간 면방 화섬 수출 분야에서 올랐던만큼 이번만은 패션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는 전제아래 업계전반을 아우르며 내수기반 구축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정책에 발맞추고 수출도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경영관을 갖춘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을 새 수장으로 추대해달라는 추천서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오 회장 추천인은 신현균 대현 회장, 이만중 보끄레머천다이징 회장, 김두식 클리포드 회장, 공석붕 패션협회 명예회장, 박풍언 전 의산협 회장, 신홍순 회장(전 LG패션 사장)등 10여 명에 이른다.

섬산련 산하단체 최고 상근 임원들도 지난달 14일 섬산련 차기회장 추대와 관련 긴급 모임을 갖고 현 추천위 회장 추대 진행에 각별한 관심을 보냈다.

이날 모임서 상근 임원들은 새 회장 추대는 추천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정기총회에서 뽑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장 추대와 관련 논란의 핵심이 되는 추천위원들 선정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주지하다시피 대통령이나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들이 경선을 통해 선거를 축제의 장(場)으로 만들고 승패의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여건을 통해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듯이, 이번 섬산련 회장 선출도 과거지향의 만장일치式 추대형식에서 벗어나 경선을 통해 선출하는 방식이 화목과 단결은 물론 축제의 이벤트로 승화시키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차기 회장 추대는 추천위 결정보다 경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대부분 섬유패션업계 인사들의 공통 의견이기도 하다.

모 위원은 현 시점에서 업계의 뜻에 따라 초심으로 돌아가 경선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게 순리라는 측면을 숙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를 대표하는 한 원로인사는 “국내 섬유패션산업과 섬산련을 위해 어떤 결정이 필요한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지금의 흐름은 누구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순이다. 업계 화합을 위해 좀 더 신중한 문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무튼 이번 제13대 섬산련회장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과 상처는 정기총회를 통해 깨끗이 정리돼야 할 것으로 많은 섬유패션인들은 갈망하고 있다. 이달에 있을 총회 결과에 주목하고 있는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李相一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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