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기축제 논산여행기] 생활문화예술 공간으로서 논산의 시·공(時空)을 몸으로 체험하다
  • [2025-04-11]
  • 이상일 발행인 기자, sileetex@daum.net
[딸기축제 논산여행기] 생활문화예술 공간으로서 논산의 시·공(時空)을 몸으로 체험하다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이 보존된 논산 문화역사 테마기행를 다녀오다

취재/이상일 발행인

제27회 논산딸기축제 방문객이 5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 중에는 초청객도 있었다. 지난 3월 27일은 논산딸기축제 개막일인데, 이날 2025 논산팸투어 첫 테이프 끊은 곳이 한국잡지협회 회원사들이다.

축제장에는 일반 여행사도 눈에 띄었다. 어느 관광버스 앞에는 <한국유교문화진흥원~반야사>가 써있다. 은진미륵 좌정한 반야산이 아니라, 동굴사찰로 유명해진 가야곡 반야사다. 근래 논산의 신명소로 부각된 곳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반야사다.

첫 기착지 문학관~ 딸기축제장
규모가 비교적 큰 핫플로는 온빛자연휴양림이 손꼽힌다. 이번 딸기축제 때 딸기축제장을 찾은 다음 마지막 행선지로 이곳을 찾아 “논산문학축제”를 연 팀은 한국잡지협회 소속 문화기행단이다. 지난 2월 7일에 논산을 둘러봤으나 시간관계상 못 찾아갔던 명소를, 이번 딸기축제 참석도 할 겸하여 재방문한 경우다.

이번 문화기행단의 논산방문은 논산시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는 논산팸투어의 일환으로 성사되었다. 코스는 김홍신문학관~ 농가맛집 셋집매~ 시민공원 딸기축제장~ 종학당~ 한국유교문화진흥원~ 명재고택~ 돈암서원, 종점은 온빛자연휴양림이었다.

이날 문화기행팀이 김홍신문학관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이 팀의 코스 중 제1순위는 문학관이다. 작년에는 공주 풀꽃문학관을 찾았는데, 거기서 연이 된 석미경 수필가도 이번 문화기행에 합류하였다. 이 외에도 음유시인, 성악가 등 문화예술가들이 여럿 동승하여 이번은 문학유람단으로 꾸려진 감이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식도락! 논산을 대표하는 식당이 유수하지만, 시골 정취를 한껏 느낄 공간으로 셋집매가 택일되었다. 마침 뜨락에 매화가 피어있자 그 사진을 찍는 등 마당밟기가 시작됐다. 남자주인(조효상 대표)이 나와서 “여기 밥상은 고기 말고는 내가 직접 재배하는 쌀과 텃밭 채소로 모두 농가 로컬푸드”라는 농가맛집 설명 곁들이며 식혜 서빙도 거들었다.

식후 버스가 딸기축제장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보건소 앞 대로변에 가까스로 내린 다음부터는 자유시간! 축제 첫날 비 예보에도 축제장은 인산인해다. 시민공원 곳곳에 딸기를 소재로 한 먹거리와 체험장, 공예품 들이 논산을 빨갛게 뒤덮었다. 딸기 파는 데 잘 안 보여서 논산딸기 못 샀다는 불만도 있었지만, 버스는 예정된 시각 노성으로 향하였다.

종학당 비경~ 한유진 유람일지 ‘時視各各’
종학당 입구에는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연구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 한 잔씩 손에 들고 정수로에 올랐다. 망루에 자리잡은 유람단의 눈길은 한결같이 노성산 옆구리인 병사저수지 수광에 꽂혔다. 그러면서도 조선조 역사를 곁들인 김주호 연구원의 체계적인 종학당 이야기에는 모두다 귀 쫑긋이었다. 역사스페셜 분위기는 한국유교문화진흥원(한유진)으로 이동해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올해 한유전 기획전 주제는 시시각각. 時時刻刻을 時視各各으로 바꾸면서, “시간을 느끼고, 바라보고, 기록하다”는 부제를 붙였다.

‘한유진의 유람일지’로 통칭되는 이 기획전은 개원 후 세 번째인데, “조선시대와 오늘을 잇는 ‘2025 시시각각” 파노라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는 전제로 펼쳐진 기획전을 보노라니 격세지감이다. 지금 우리는 폰을 열면 시간을 분초까지 알 수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와 같이 지역민이 기증한 유물을 통해 조선시대 선진들이 하늘과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았고 측정했는지 엿볼 수 있었는데, 고도의 정밀성에 혀가 내둘러질 뿐. 지금 우주시대가 펼쳐진 데에도 유교실학자들의 공이 결코 작아 보이지 않았다. 한국유교를 중점 연구하는 국책 연구기관이 대한민국에 넷 있는데, 한유진은 그 중의 하나라는 설명을 뒤로한 채 “지금 나의 시간은 어디로 흐르고 있는가” 음미하며 도착한 곳은 명재고택.

명재고택 ~ 돈암서원 너른마당
명재고택에서 메가폰을 잡은 이는 이숙실 문화관광해설사이다. 사랑채 마루에서 명재와 고택의 개요를 설명한 다음, 이 고택의 뷰포인트인 장독대를 통과하면서 언덕바지를 올랐다. 좌청룡 우백호라 했는데 고택 좌우에는 노성향교와 궐리사가 포진해 있다. 소론의 거두인 명재 윤증을 견제하기 위해 세운 노론의 좌우 감시망이라는 설명이 오늘날 정국과 오버랩된다. 이 집 안방마님이 휠체어 타야 하는 처지가 됐는데도 본인 거처하는 집이 “문화재라서 구조변경을 할 수 없었다”는 종가집 주인의 애환도 전해준다.

문화재를 겉모습뿐 아니라 속살까지 보여주고 싶어하는 노력의 일단은 돈암서원에서도 매 한가지였다. 지붕 위에 새겨진 작은 글씨도 챙겨가면서 사실(史實) 전달을 넘어 과거의 문화유산이 현재 우리 실생활과 어떻게 접맥되어 왔는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애썼다. 돈암서원은 마당이 널널하다는 점에서도 여유만끽 힐링코스다. 돈암서원과 그 옆집인 한옥마을은 뒷짐 지고 흙마당 자박자박 걸었을 선조들의 동선 따라잡기, 시간여행지다. 이숙실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어느새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온빛자연휴양림 논산문학축제
해설사의 해설시간은 끝났지만, 온빛자연휴양림에서 열리는 논산문학축제에 동행하기로 하였다. 5시30분에 도착한 온빛자연휴양림에는 논산 사람도 몇몇 와있었다. 마당에서 펼쳐질 축제한마당은 휴양림 주인인 이정근 대표(우주전기)의 환대와 배려로 숲 호숫가 작은 마당으로 정해졌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가 숱하게 촬영되어 어느 때부터인가 전국 명소가 된 온빛휴양림은 언제 어느 때고 진입 가능하다. 다만 별장은 사유지라서 예외인데, 이 날 문화기행팀에게는 개방되었다. 일행은 별장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면 소파에 앉아 쉬기도 하고 드라마 주인공처럼 사진도 찍는데, 팡파르가 울려퍼졌다. 야외에 음향 세팅을 마친 정진채 시노래 가수가 소집령을 발동한 것.

한 시간 예정였던 프로그램이 다소 축소되었다. 비가 오락가락해서다. 최해혁 문화기행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 축제의 서막은 성악가 용승범 교수(한양대)가 장식했다. 모래시계로 유명한 러시아 민요 백학(Crane)에 이어 조영남의 “지금”이 메아리로 울려퍼져 있는 가운데, 음유시인 유인순 작사가가 나서서 고정희의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로 울었다.

이어서 석미경 ‘루치아의뜰’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박경리의 “천성”을 3분 여에 걸쳐서 구구절절 낭송하였다. 피날레는 정진채 가수가 시노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윤동주의 서시”로 장식하였다. 이로써 논산시민도 함께한 이 무대의 노름마치는 논산의 음악농장 대표 정진채 가수의 멋진 노래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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